
아는 분이 이 집이 괜찮다고 소개해주셔서 기억만 하고 있다가 뒤늦게 방문해봤다. 간판에 이렇게 신경을 안쓴 가게는 진짜 오랜만에 보는듯.

블루리본을 계속 받아온 내공있는 업장이다.





메뉴. 50천원 짜리 코스도 있고 80천원 짜리 코스도 있다. 80천원 짜리 코스는 이제 없어진 것 같음. 아무튼 코스 외로 단품을 추가하면 되는 시스템.

첫 번째 요리는 대게 파네카라자우. 얇고 바삭한 파네카라자우라는 빵 위에 대게살과 당근퓨레, 살구가 곁들여진 아뮤즈 부쉬. 파네카라자우는 이태리의 특정 지방에서 먹는 얇은 빵의 일종이라고 한다.

보통 아뮤즈 부쉬는 사이즈가 엄청 작은데 이 메뉴느 보다시피 사이즈가 꽤나 크다. 보통 아뮤즈 부쉬의 3배 정도? 아무튼 당근의 은은한 단맛과 살구의 은은한 단맛이 대게 특유의 단맛을 잘 살려줬다. 거기다 살구 특유의 산미가 있어서 입맛을 돋궈주는 요리로 아주 적절했던듯. 이 메뉴를 먹고 이 식당의 코스에 대한 기대치가 올라갔다.

두 번째 요리는 민어회. 완도산 10kg 짜리 민어라고 한다. 회 위에 올리브유와 소금 및 간장을 곁들였다.

민어가 숙성이 안됐는지 덜됐는지 아무튼 좀 식감이 물컹하긴 했는데 그래도 맛이 괜찮았다. 아주 향긋한 올리브유 풍미가 민어의 풍미를 잘 보완해준듯.

세 번째 요리는 대게요리. 대게에 홀그레인 머스타드와 그릭요거트 소스 및 과일을 곁들였다. 가게에서 직접 만든 홀그레인 머스타드라고 했고 요거트 소스도 이 가게 시그니처라고 하신다.

시그니처라는 이 그릭요거트 소스가 되게 맛있었다. 새콤담콤한게 대게의 맛을 가리지도 않으면서 뭔가 대게와 참 잘어울렸달까. 홀그레인 머스타드는 시판 소스보다는 산미가 조금 덜했고 톡톡 씹히는 식감이 훨씬 더 부각되는 편이다. 이 가게가 뭔가 식재료의 조합을 참 잘짜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 번째 요리는 우니. 얇은 빵 위에 우니를 올리고 참기름과 소스 등을 곁들였다.

사실 우니 자체가 엄청 맛있는 것은 아닌데 참기름으로 그 풍미를 보완했고 달콤 짭조름한 소스가 우니와 잘 어울린다.

다섯 번째 요리는 참다랑어 중뱃살. 주토로에 치미추리소스와 블랙트러플을 올렸다.

솔직히 중뱃살은 품질이 좋은 편은 아니어서 좀 물맛이 차있고 풍미가 부족했다. 그래도 이 부족함을 치미추리 소스로 잘 보완했는데 아쉬운 점은 치미추리 소스가 풍미가 강한 편이다 보니 블랙트러플의 향이 좀 눌린다. 이집은 그렇게 고급스럽지 않은 식재료를 보완하는 방식으로 요리를 잘 설계하는 것 같다.

여섯 번째 요리는 옥돔 모렐 파스타.

모렐 버섯의 향이 아~~~주 좋은데 파스타와 같이 먹으면 정말 향긋하다. 파스타도 알덴테로 딱 좋게 익힘. 그리고 옥돔의 굽기 정도가 아주 훌륭했는데 모든 요소가 다 좋았던 요리였다.

일곱 번째 요리는 피쉬타코. 멕시코에서 직구한 옥수수로 또띠아를 직접 만드셨다고 한다.

진짜 이 또띠아가 너무 맛있어서 무슨 재료를 얹어도 맛있을 타코라 그냥 여기서 끝났다고 생각했다. 특이하게 하모 튀김으로 만든 피쉬타코였는데 개인적으로 아주 맛있게 먹음. 정말 누구도 싫어하기 힘든 맛이다.

여덟 번째 요리는 라구 따야린. 생면파스타인 따야린에 라구를 곁들인 메뉴다. 라구는 삼각살로 만드셨다고 함.

우리가 흔히 겪을 수 있는 라구는 갈은 고기 형태인데 이 라구는 장조림 같은 형태이다. 아무튼 별로 오래 끓이지 않은 라구인지 맛이 진하지 않았는데 되려 산뜻한 라구형태라 따야린이라는 면에 집중하기에 더 좋았던 것 같다. 여기서 너무 진한 형태의 라구가 나왔으면 되려 포만감이 확 왔을 것 같음.

아홉 번째 요리는 한우 안심 구이. 비장탄으로 구운 스테이크라고 하셨음.

겉면을 강하게 익혀내지 않았음에도 내부가 균일하게 잘 익었는데 아마 수비드를 하거나, 만약 숯불로만 조리했다면 아주 짧게짧게 오랫동안 조리하는 방식으로 한게 아닐까 싶음. 아무튼 익힘 정도가 아주 좋아서 잘 먹었다. 마지막 스테이크가 너무 느끼하지 않아서 좋았음.

디저트는 크로와상 젤라또. 크로와상을 적신 우유로 만든 젤라또라고 한다.

굉장히 크리미하고 묽은데 이런 질감의 아이스크림을 젤라또라고 부르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부족한 식감은 곁들인 크런치로 보완했다. 맛이 굉장히 진하고 리치한 아이스크림인데 나는 맛있게 먹었음. 누군가는 마지막 디저트로 이렇게 무거운 맛이 나오면 좀 느끼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가성비가 그렇게 좋다고 하는지 이해가 되는 식사였다. 술과 함께 좋은 가성비의 코스를 먹고 싶다면 아주 추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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